재고 관리 잘하는 회사 40곳, 공통점은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재고 관리 잘하는 회사 40곳, 공통점은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가 이런 제목을 달아도 될까 고민했어요.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로 들릴까 봐서요.

그래도 이 제목을 단 데는 이유가 있어요. 저희 팀은 지금까지 고객사 40곳을 만나 인터뷰했어요. 동네 약국, 아이스크림 가게,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장품 브랜드, 명품 편집숍까지 업종도 규모도 제각각이었죠. 인터뷰마다 항상 같은 질문을 던졌어요. "현장에서 박스히어로를 어떻게 쓰고 계세요?"

처음엔 기능 이야기가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돌아온 답은 달랐어요. 어떤 회사는 선반에 이름 붙이는 규칙부터 설명했고, 어떤 회사는 관리하지 않기로 한 품목 이야기를 먼저 꺼냈어요. 같은 프로그램을 쓰는데 왜 결과가 다른지, 그제야 알 것 같았어요.

인터뷰 노트를 다시 펼쳐 보니, 회사마다 표현만 조금 달랐지 대부분 비슷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볼게요.

1. 전부가 아니라 '구멍'부터 관리했다

재고 관리를 처음 시작하면 모든 품목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관리 품목이 늘어날수록 기록하고 실사하는 부담도 같이 커져요.

자동차 변속기를 만드는 카펙발레오는 생산 설비용 소모품과 공구만 수천 개를 관리했어요. 결국 매달 실사 때마다 부담이 커서 기준을 바꿨어요. 발주 리드타임이 길거나, 가격이 높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자재만 집중해서 관리하기로 한 거예요. 이렇게 기준을 변경한 후 자재 관리 생산성이 50% 이상 올랐어요.

"회사의 자산인 재고가 새는 구멍, 생산에 차질을 빚는 구멍을 발견하고 막는 것이 제 일이에요."
- 카펙발레오 윤승재 매니저

다른 회사들이 고른 기준도 비슷했어요. 매일유업 청양공장은 기존 시스템에서 놓치던 순환품만 박스히어로에서 따로 관리해요. 한 번 쓴 부품은 비용으로 처리돼 전산에서 사라지다 보니, 쓸 수 있는 부품이 있는데도 다시 주문하는 일이 생겼거든요. 베트남 음식 브랜드 또이또이베트남은 비용을 줄여야 하거나 구하기 어려워 직접 조달하는 자재만 관리하고요.

보통 매출 비중이 큰 순서대로 나누는 ABC 분석과는 출발점이 달랐어요. 이 회사들은 '없으면 일이 멈추는 것', '놓치면 돈이 새는 것'부터 골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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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마다 '이게 없으면 일이 멈출까?'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 품목부터 등록하고, 나머지는 기록이 손에 익은 뒤에 하나씩 늘려도 늦지 않아요.

2. 재고 관리 프로그램보다 규칙을 먼저 세웠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재고가 알아서 정리될 거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름도 위치도 제각각인 채로 옮기면, 엑셀에서 헷갈리던 것이 프로그램 안에서도 똑같이 반복돼요.

그래서 재고 관리를 잘하는 회사들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전에 규칙부터 정해요. 기준은 '처음 온 사람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가'예요. 실링 솔루션 기업 T사의 창고는 구역이 L·M·R로, 선반은 LA·LB·LC로 나뉘어 있어요. 코드만 보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죠. 덕분에 반나절 넘게 걸리던 입출고가 1시간 안으로 줄었고, 두 명이 하던 일을 이제 한 명이 해요.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 지바이크는 순서가 반대였어요. 박스히어로는 이미 쓰고 있었지만 부품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지는 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물류팀, 재무팀, 구매팀 직원들이 부품 정보를 찾을 때마다 물류 팀장님에게 물어봐야 했죠. 팀장님은 처음부터 다시 세팅하며 부품마다 SKU 번호를 붙이고, 물류팀의 박스히어로와 재무팀의 ERP에 같은 SKU를 넣었어요. 이제는 제조사가 품명을 바꿔도 SKU만 검색하면 같은 부품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가장 간단한 규칙은 '모든 품목에 사진 등록하기'였어요. 영문과 숫자가 뒤섞인 항공 부품명 때문에 헷갈리던 가디언즈항공도, 패턴이 비슷한 원단을 다루는 픽켄드도 사진 한 장으로 혼동을 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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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두 가지부터 정해 보세요. 하나는 제품명이나 SKU를 항상 같은 패턴으로 짓는 것, 다른 하나는 보관 위치를 'A-1번' 처럼 구분하는 거예요.

3. 발주 기준을 담당자 머릿속에서 꺼냈다

언제, 얼마나 주문할지는 대개 한 사람의 감에 달려 있어요. 그 사람이 바쁘거나 자리를 비우면 재고가 비고, 감이 틀릴까 봐 늘 조금씩만 주문하게 되죠.

부산의 노블동물병원도 그랬어요. 재고를 맡은 천혜경 실장님은 남으면 못 팔까 봐 사료와 간식을 늘 조금씩만 들였고, 보호자에게 품절을 안내하는 일이 잦았어요.

달라진 건 품목마다 이 수량 아래로 떨어지면 주문한다는 숫자를 정해 두면서부터예요. 흔히 안전재고라고 부르는 숫자예요. 기준이 생기자 재고가 바닥나기 전에 미리 발주할 수 있게 됐어요. 판매 기록을 보며 주문량도 가늠할 수 있게 되니 한 번에 넉넉히 들일 수 있었고요. 품절은 줄고 순수익은 늘었어요.

예전엔 재고를 많이 쌓아두면 나중에 다 못 팔까 봐 걱정했어요. (…) 그러니까 오히려 재고가 많아도 낭비가 줄었어요." - 노블동물병원 천혜경 실장

이 숫자를 정하는 기준은 회사마다 달랐어요. 카페 커피앤시가렛에서는 매니저가 이 숫자를 보고 발주할 품목을 골라 올려요. 항공 기내식 물류 현장에서는 품목별 최소·최대 수량을 선반 라벨에 아예 인쇄해서, 현장 직원이 라벨만 보고도 얼마나 채워야 할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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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주 떨어지는 품목 몇 개부터 숫자를 정해 보세요. 기준을 정하는 방법은 품절과 과재고가 반복된다면? 재주문점부터 설정하세요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그럼 재고 관리 프로그램은 무엇을 해줄까?

재고 관리프로그램을 열어놓고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세 가지 모두 관리 프로그램이 대신 정해 주지는 않아요. 무엇을 관리할지,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몇 개가 남았을 때 주문할지는 회사가 내려야 하는 결정이에요.

관리 프로그램이 하는 일은 그다음이에요. 정해 둔 기준대로 여러 사람이 기록하고, 그 기록을 모두가 같이 보게 하는 거죠. 실제로 이 기록과 공유에서 막혔던 곳들이 있었어요.

앞서 소개한 항공 기내식 물류 현장은 관리 기록에서 막혔어요. 현장 직원이 종이에 주문 수량을 적으면, 그 기록을 다시 엑셀로 옮기는 방식이었죠. 옮기는 과정에서 숫자가 틀리고 기록지가 사라지기도 했어요. 지금은 현장 직원 약 18명이 휴대폰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해요. 1시간 30분 넘게 걸리던 주문 업무는 30분 안팎으로 줄었어요.

자동차 수리 부품을 다루는 유알오는 공유에서 막혔어요. 자재 담당자가 받는 재고 문의 전화만 일주일에 약 100통이었거든요. 담당자 혼자 엑셀로 재고를 관리하다 보니, 다른 직원들은 수량 하나를 확인하려 해도 전화를 걸어야 했어요. 재고를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한 뒤로는 직원들이 직접 수량을 확인하고 출고를 신청해요. 전화는 주 4~5건으로 95%나 줄었다고 해요.

공통점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는 결론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가 하기엔 조금 머쓱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한편으론 오히려 반가운 일이기도 했어요. 규칙이 잘 잡힌 회사일수록 박스히어로를 더 잘 쓰더라고요. 저희가 할 일은 그 규칙이 귀찮지 않게 만드는 거겠죠.

🤔 자주 묻는 질문
Q. 재고 관리를 잘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을 쓰기 전에 운영 규칙부터 정했다는 점이에요. 고객사 40곳을 인터뷰하며 자주 들은 규칙은 세 가지예요.
1. 없으면 일이 멈추는 품목부터 관리한다.
2. 제품명(또는 SKU)과 보관 위치 규칙을 먼저 세운다.
3. 주문할 시점을 안전재고 수량으로 정해둔다.

Q. 작은 회사도 재고 관리 규칙이 필요한가요?

네, 작은 회사일수록 더 필요해요. 인력이 적으면 재고 업무와 정보가 한 사람에게 몰리기 쉽거든요. 담당자 혼자 재고를 관리하면 다른 직원들은 수량 하나를 확인하려 해도 그 사람을 찾아야 하고, 담당자가 바쁘거나 자리를 비운 날에는 일이 멈춰요. 규칙은 한 사람이 빠져도 재고가 돌아가게 만드는 장치예요.

Q. 재고 관리 프로그램은 언제 도입하는 게 좋나요?

여러 사람이 같은 재고를 다루기 시작할 때가 적기예요. 혼자 관리할 때는 엑셀로도 충분하지만, 기록하는 사람이 둘 이상이 되면 파일이 나뉘고 숫자가 서로 어긋나기 시작해요. 수량 하나를 확인하려고 담당자에게 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그것도 신호일 수 있어요. 지난달에 무엇이 얼마나 나갔는지 다시 찾기 어려울 때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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